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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황묘농접(黃猫弄蝶)

   황묘농접(黃猫弄蝶)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풍속화가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작품 중 하나로 섬세한 표현과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력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제목을 풀어보면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가지고 논다는 뜻으로 실제로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잡으려는 모습을 담고 있다.   김홍도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며 황묘농접(黃猫弄蝶) 역시 고양이의 움직임과 날고 있는 나비를  매우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고양이의 호기심 어린 표정과 날렵한 자세가 잘 드러나고, 나비의 섬세한 날갯짓도 살아 있는 듯 묘사되었다.   연둣빛 잎이 소복하게 자라나 부드럽게 대지를 덮고, 바위틈에 자라난 붉은 패랭이 꽃은 산들바람에 흔들린다.   늦봄 화사하고 포근한 기운에 평화로운 풀밭의 고양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돌려 나비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여차하면 발을 뻗어 낚아챌 모양이지만 나비는 도망가기 좋은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유유히 날고 있다.   아기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의 질감과 나비의 날개 무늬와 더듬이 하나까지 세심하게 그려낸 정교한 붓질이 놀랍다.   단원은 사실적인 섬세한 묘사를 넘어 그 속에 담긴 깊은 정취를 담아낸다.   그 정취는 감상자를 그림 속으로 이끌어 그림 속 대상들과 교감하게 한다.

황묘농접도
출처: <황묘농접도>, 김홍도, 30.1 x 46.1cm, 간송미술관

   <황묘농접>은 단원이 48세 연풍현감을 제수받고 2년 정도 재직하는 인생의 최절정기에 그린 작품이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먼저 고양이는 일흔 노인을 의미하고 나비는 여든 노인을 상징한다.   여기에 바위틈에 핀 패랭이 꽃을 추가했다.   바위는 불변의 상징이고 패랭이 꽃은 꽃말이 청춘이다.   또한 제비꽃을 그려 놓았는데 구부러진 꽃대의 모양이 등긁개를 닮아 여의화(如意花)라 불렀다.   흔히 효자손이라고 하는 등긁개는 '뜻대로 된다'는 의미인 여의(如意)로 불렀다.   가려운 곳을 자기 뜻대로 긁을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풀어보면 "일흔 살 여든 살이 되도록 젊음을 변치 않고 장수하고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길"이다.   생일을 맞은 이에게 더 할 수 없는 좋은 의미의 그림이다.   누구를 위해 이 그림을 그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원이 무척이나 존경하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림 속 소재들이 지닌 함의와 정성 들인 필치도 그렇고 멋스러운 조형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양이와 나비로 장수를 축원하는 그림을 그린 화가는 여럿 있지만, 단원의 <황묘농접>은 최고의 화가가 인생 절정기에 그린 걸작이다. 

 

 

 

참고문헌

1)  백인산, <<간송미술 36_회화>>, 컬처그라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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