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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어해도(魚蟹圖)

   어해도는 각종 물고기의 생김새와 생태를 묘사한 그림으로 조개류 및 게 등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려진 물고기의 종류에는 해수어(海水魚)나 담수어(淡水魚)의 구별이 없이 각종 어족들이 노니는 모습은 마치 한가로운 수중 낙원과 같이 보이며, 물고기의 자유분방한 유영은 답답한 삶의 현실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어해도에는 붕어. 잉어. 숭어. 병어. 피라미. 쏘가리. 방어. 메기. 고래. 상어. 도미. 가오리. 홍어. 가자미. 꼴뚜기. 게. 전복. 대합. 새우 등이 그려지는데, 이들 물고기들은 암수 쌍으로, 혹은 새끼를 거느린 모습으로 나타나며 수초, 새우나 게, 꽃과 새들까지도 함께 등장한다.   각종 물고기의 생김새와 생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어해도의 사실적 화풍은 사물을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으로 보려는 생활의식의 반영이며 그러한 생활의식은 실학사조(實學思潮)에 의해서 이끌어졌다.   따라서 어해도(魚蟹圖)의 성립 년대는 실학사조가 널리 깔리게 된 영조조(1725~1776년) 무렵으로 추정되며 조선조 말기의 임전(淋田) 조정규(趙廷奎)에 의해서 마무리 지어졌다.   어해도의 화풍은 성립된 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민화의 저변화 과정에서 유형이 연꽃 그림의 물고기 또는 책거리 그림의 책상 위에 뛰어오른 물고기로 그려졌다.

어변성룡도
어변성룡도 김경미쌤 작품 18 X 18 cm

                                                                                                                   

    물고기 그림을 즐겨 하는 데는 다복다산(多福多産)의 현실적인 염원이 담겨 있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는 생물 가운데 하나이므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여 부인방이나 신혼방에 장식되었고, 부녀자들의 노리개 삼작에도 많이 응용되었다.   또한 부부의 금슬을 상징하기도 하며, 벽사의 역할로도 쓰였다.   물고기는 잠을 잘 때에도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항상 그릇된 것을 경계할 수 있다고 믿어 다락문이나 벽장문 같은 곳에 어해도를 붙여 놓거나 뒤주에 붕어형 자물쇠를 달아 놓기도 하였다.

 

   민화의 어해도에는 큰 잉어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그림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약리도(躍鯉圖), 또는 어변성용도(魚變成龍圖)라고도 한다.   중국 황하 상류 협곡에 등용(登龍)이라는 큰 폭포가 있었는데, 이른 봄철에 강물이 불어나서 역류하는 물결이 일 때면 늙은  잉어들이 용문에 모여들어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서로 다투어 튀어 오르는데, 수많은 잉어 가운데 한 마리가 폭포를 뛰어오르면 우뢰와 번개가 쳐서 잉어의 꼬리를 불태워 용이 된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 출세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과거 시험에 합격하라는 뜻으로 약리도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대학 입시를 부적에 잉어 그림이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물고기 세마리만을 그린 경우에 삼여도(三餘圖)라 하는데, 이는 <<삼국지>> 위지(魏志) 왕숙전에 나오는 동우(童遇)라는 사람의 이야기와 관련된다.   어떤 사람이 동우에게 찾아와 배움을 청하며 한가한 날이 없어 글을 읽을 여가가 없다고 하자 동우는 학문을 하는 데는 세 가지 여가 삼여(三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세 가지가 여가란 밤. 겨울. 비 오는 날로, 밤은 하루의 나머지, 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 비 오는 날은 농사철의 남은 시간이므로 이 세 가지 여유 있는 시간이면 학문하는 데 충분하다 하였다고 한다.

 

   물고기는 효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충남 논산 가야곡면 산노리에는 을문이란 물고기가 있다.   옛날 이 마을에 강응정이란 효자가 있었는데 병든 노모가 을문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애원하자, 엄동설한에 듣도 보도 못한 고기를 구할 길이 없어 정한 수를 떠놓고 지극 정성으로 빌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늘이 감동했는지 갑자기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졌다.   이 물고기를 인천리 냇가에서 배를 갈라 내장과 알을 버리고 나머지 모친의 약으로 사용하자 곧 병이 낫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알이 부화되어 인천리 냇가의 탑정 저수지 사이에만 을문이 고기가 서식하여 이 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이 을문이 물고기를 강효자 고기라 부른다.

 

   물고기를 소재로 하는 그림은 어해도 외에 궐어도(獗魚圖)가 문인 사회에 유행되었다.   궐어도(獗魚圖)는 쏘가리가 복사꽃잎이 떠내려가는 물에 노니는 구도의 그림이다.   궐어도(獗魚圖)에는 당(唐)시대 시인 장지화(張志和)의 유명한 어부사(漁父詞)의 한 구절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獗魚肥)가 곁들여져서 그림의 운치를 돋운다.

 

 

 

 

 

참고문헌

1.   이영수, <<한국의 민화 I >>, 한국학자료원, 2015

2.  윤열수,  <<KOREAN Art Book I >>, 예경,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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