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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먹의 색상과 철학적 의미

   먹은 동양의 회화, 서예의 핵심 재료로, 단순한 재료 이상의 철학적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다.   먹의 색은 한 가지 검은색으로 나타내지만 문인화가들은 먹에는 오색 찬란한 빛깔이 있다고 여겼다.   먹은 검은색이지만, 먹의 농담(濃淡)에 따라 단색의 먹으로 짙은 검정에서 흐린 회색까지 폭넓은 색조를 만들며 단일 색상 속에서 다채로운 무한한 변화를 나타내며 예술적 깊이를 담아낸다.   이것은 동양 철학에서 무한한 속의 단일성, 단순함 속의 복잡함을 나타내며, 검은색이 단순히 어둠이나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깊이를 상징한다.   특히 검정은 우주의 본질이자 시작과 끝을 나타내며 끝없는 가능성과 함께 공허함을 내포한 색상으로 여겼다.   검정의 깊이는 그 자체로 내면의 고요와 심오함을 드러내며 이러한 철학적 배경 속에 문인들은 먹을 통해 자신의 사유와 감정을 표현했다.

먹물
출처: Pixabay

   먹은 붓질과 농담으로 표현되며 물의 양, 붓의 속도에 따라 질감이 다르며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먹은 단순한 재료가 아닌 화가와 서예가의 감정과 정신을 담아내는 수단이자 매체인 것이었다.   또한 먹은 순수한 예술성과 절제를 상징하기도 한다.   문인들은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였으며 이것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순수하고 간결함 속에 풍부함을 나타내는 매개체였다.

 

   먹이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물과의 관계이다.   먹은 짙게 갈아 사용하는 농묵은 깊고 강한 표현에 사용하고, 물을 많이 섞어 옅게 만든 담묵은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을 주거나 서정적 표현에 사용된다.    먹을 갈고 준비하는 과정 또한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정신 수양의 시간으로 여겼다.   이 과정은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간으로 화가의, 서예가의 내면을 다스리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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