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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인화 속 제문(題文)과 제시(題詩)

   문인화는 자연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 안에 철학적 사유나 예술적 표현을 담아내는데 특징 중 하나는 여백에 글이 들어간 것이다.   일반 글이면 제문(題文), 시가 쓰였다면 제시(題詩)라 한다.    

거석분향도
출처: 이경윤 <거석분향도>, 그림 23.6x16.9cm, 제시 23.6x16.9cm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

1) 제문(題文)

    송나라 때 산수화에는 글자가 없었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조차 쓰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쓰더라도 그림 속에 아주 작은 글씨로 보이지도 않게 써넣었다.   너무 작게 써서 1,000년 동안 화가의 이름을 썼는지 조차 사람들은 몰랐다.   화원이 사라진 원나라 때가 되면서 본업이 글을 쓰는 문인들이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글이 들어가게 되었다.   글의 내용은 다양했으며, 친구가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는데, 그려주지 못했고 어떠한 계기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내용, 자신이 경험했던 일, 경치를 구경하게 된 이유 등 그림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써넣었다.   이 그림은 누구를 위해 그린 그림이라든가, 어느 해 어느 계절에 그렸다던가, 그림의 사연 등 그림의 정보가 제문에 쓰였다.   제문 덕분에 그림에 대한 탄탄한 이력이 남게 되었다.

 

2) 제시(題詩)

    문인들에게 시는 교양 필수 과목이었다.   제시는 그림의 시각적 요소와 시의 언어적 요소를 결합하여 더 풍부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 경치를 즐기며 시를 짓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한 일상이었고, 거기에 흥이 더해지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을 청하거나 하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면 당연히 시를 적어 넣었다.   혼자 시를 쓴 후 떠오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송나라 후기에도 시의 뜻을 그림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다.   문인들이 시를 짓고, 화가는 그 시의 의미를 담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직접 시를 짓고, 직접 그림을 그린 작품은 그림의 분위기나 주제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하며 작품 감상을 풍요롭게 하였다.   제시가 그림에 함께하며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인상에 시가 풍성한 감성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참고문헌

1) 장인용, <<동양화 도슨트>>, 도서출판 다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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